토니상 받은 박천휴 작가 “10년 동안 마라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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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무갱 작성일25-06-14 12:05 조회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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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한국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연극·뮤지컬 분야 최고 권위의 ‘토니상’에서 작품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을 탄생시킨 창작 콤비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는 극본상과 작사·작곡상을 함께 받아 이들의 ‘창의적인 도전’이 뮤지컬의 본고장에서도 인정받았다.
13일 박천휴 작가는 국내 언론 공동 서면 인터뷰에서 “작품이 국내외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특별히 모르겠다”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으면서도 “지난 10년 동안 긴 마라톤 같았던 서울과 뉴욕에서의 <어쩌면 해피엔딩> 작업 여정을 뿌듯하게 마무리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뮤지컬 투자사 NHN링크가 취합한 인터뷰의 질문과 답변을 약간만 줄여 옮긴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가. 작품이 국내외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어쩌면 해피엔딩>은 저와 윌 애런슨이 함께 만든 첫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원작이 없는 세계와 캐릭터들을 온전히 처음부터 만드는 일이 무척 즐겁기도, 두렵기도 했다.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특별히 모르겠다. 처음 쓰기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 가을 브로드웨이 개막까지, 계속해서 다듬으며 완성도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애를 썼다. 그게 이유라고 생각하고 싶다.”
-토니상 수상 당일 어떤 하루를 보냈나.
“영화계처럼 공연계에도 ‘어워즈 시즌’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석 달 동안 무수히 많은 행사와 시상식에 참석해 부지런히 작품을 홍보했다. 얼굴을 비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해서 내성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악수를 하고 다녔다. 토니 어워즈에 가까워질 무렵에는 마라톤의 피니시라인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토니 어워즈에 가면서는 피곤함과 설렘, 걱정과 흥분 등 모든 감정이 뒤섞인 기분이었다. 시상식 자체도 레드카펫부터 마지막 작품상 발표까지 총 일곱 시간이 걸렸다. 수상 이후 한 명의 창작자로서 생활이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 지난 10년 동안 긴 마라톤 같았던 서울과 뉴욕에서의 <어쩌면 해피엔딩> 작업 여정을 좀 더 뿌듯하게 마무리한 것 같아 기쁘다.”
-브로드웨이 공연이 한국 공연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한국 공연과 규모가 다른 만큼 연출과 무대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소극장에서 공연된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1000석 규모 대극장에 올랐다) 한국은 무대전환이 거의 없는 반면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매우 많은 무대전환과 효과가 쓰인다. 한국보다 배우와 오케스트라 악기 등이 조금씩 더 늘어났고, 한국 버전에는 암시만 되고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던 장면을 브로드웨이 버전에서는 추가하기도 했다. 반대로 축약되거나 생략된 대사와 넘버도 있다.”
-기억에 남는 관객 반응이 있나.
“뉴욕에서 먼 도시에 사는 어느 미국인 관객이 혼자 뉴욕으로 휴가를 오면서 열 개의 공연 티켓을 예매했다고 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다섯 번째 공연이었는데, 공연을 보는 내내 집에 있는 아내가 그립고, 함께 손을 잡고 이 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한다. 남은 공연표를 팔고, 비행기표를 바꾸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집에 돌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아내와 함께 뉴욕에 와 다시 이 공연을 함께 보기로 했다는 글을 읽었다. 제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이었다.”
-윌 애런슨 작곡가와의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이들은 ‘윌휴’로 불리는 유명 창작 콤비이다)
“한국에서는 윌을 ‘작곡가’로 호칭하지만, 윌은 지금껏 계속 저와 함께 극작을 해왔다. 음표든 활자든 구분하지 않고 저희는 지금껏 계속 쓰는 사람들이었다. 비록 제가 먼저 생각한 아이디어라고 해도, 함께 이야기를 짓고, 음악의 정서와 질감을 정하고, 매일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협업한다. 17년째 매우 가까운 친구 사이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나 정서에 비슷한 면이 많다. 작업의 지난함과 고통, 즐거움, 그리고 한 작품을 끝냈을 때 느껴지는 성장도 매 순간 함께해 오고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 <고스트 베이커리>와 같이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많은데 이유가 있나.
“작가로서 자신에게 가장 친숙한 세상과 정서를 이야기로 만들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이유였다. 뉴욕에 오니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훨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 테노레>의 1930년대, <고스트 베이커리>의 1970년대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는 친숙하면서도 묘하게 낯선 질감의 세상을 선보이고 싶었다. 해외 관객들에게는 낯설지만 묘하게 공감되는 세상을 선보이고 싶다 생각했다.
-<일 테노레>, <고스트 베이커리> 등의 미국 공연을 언급했다.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 모두 영어로 가사와 대본 수정 작업을 할 계획이고, 뉴욕 현지에서 제작자와 연출 등 좋은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복잡한 작업들이 남아있다. 몇 년 전 이야기를 완성해 놓은 단편 영화가 하나 있는데, 뉴욕을 배경으로 한 한국인 커플의 이야기이다. 공연에 더 몰두하느라 계속 미뤄뒀는데, 더 늦기 전에 이 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작가로서 가지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나. 어떤 창작자로 남고 싶은가.
“그저 어떠한 이야기를,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충동과 의지가 계속 되는 한 꾸준하고 진중하게 작업을 이어가는 창작자이고 싶다. 평생 서울과 뉴욕에서 보낸 시간이 거의 50:50에 가까워지고 있다. 두 문화와 언어를 오가는 창작자로서,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의미 있을 이야기들을 만들고 싶다.”
-한국의 젊은 창작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공연을 만드는 일은 평균적으로 5년 이상은 걸리는, 영화나 드라마 보다도 긴 시간 매달려야 하는 일이다. 반면 창작자에 대한 대우는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보잘것 없는 게 현실이다. 빠른 성공을 위해 뛰어들기에 좋은 직업은 아닌것 같다. 지금 흥행하는 공연들을 교과서처럼 따르기엔 한국 뮤지컬이 산업화한지가 그렇게 길지 않아, 충분한 교과서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창작진들이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진심으로 이야기와 음악을 써서, 제작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제작해야 버틸 수 있는 과정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30일부터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10주년 공연으로 다시 한국 관객과 만난다. 박 작가는 한국에서 지난해 개막한 신작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의 재공연도 준비할 계획이다.
-<어쩌면 해피엔딩> 한국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극장이 조금 더 큰 무대로 바뀌면서 시각적인 요소들에 필요한 변화가 있다. 10년의 여정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공연장에 맞춰 자연스럽게 다듬을 예정이다. 과거 함께 했던 배우분들이 이번 무대에 다시 오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도 가져보고 있다. 저와 윌뿐 아니라, 그간 이 작품의 여정을 함께해 주신 분들, 십 년 동안 공감해 주신 관객분들 모두에게 행복한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애쓰겠다.”
13일 박천휴 작가는 국내 언론 공동 서면 인터뷰에서 “작품이 국내외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특별히 모르겠다”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으면서도 “지난 10년 동안 긴 마라톤 같았던 서울과 뉴욕에서의 <어쩌면 해피엔딩> 작업 여정을 뿌듯하게 마무리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뮤지컬 투자사 NHN링크가 취합한 인터뷰의 질문과 답변을 약간만 줄여 옮긴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가. 작품이 국내외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어쩌면 해피엔딩>은 저와 윌 애런슨이 함께 만든 첫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원작이 없는 세계와 캐릭터들을 온전히 처음부터 만드는 일이 무척 즐겁기도, 두렵기도 했다.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특별히 모르겠다. 처음 쓰기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 가을 브로드웨이 개막까지, 계속해서 다듬으며 완성도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애를 썼다. 그게 이유라고 생각하고 싶다.”
-토니상 수상 당일 어떤 하루를 보냈나.
“영화계처럼 공연계에도 ‘어워즈 시즌’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석 달 동안 무수히 많은 행사와 시상식에 참석해 부지런히 작품을 홍보했다. 얼굴을 비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해서 내성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악수를 하고 다녔다. 토니 어워즈에 가까워질 무렵에는 마라톤의 피니시라인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토니 어워즈에 가면서는 피곤함과 설렘, 걱정과 흥분 등 모든 감정이 뒤섞인 기분이었다. 시상식 자체도 레드카펫부터 마지막 작품상 발표까지 총 일곱 시간이 걸렸다. 수상 이후 한 명의 창작자로서 생활이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 지난 10년 동안 긴 마라톤 같았던 서울과 뉴욕에서의 <어쩌면 해피엔딩> 작업 여정을 좀 더 뿌듯하게 마무리한 것 같아 기쁘다.”
-브로드웨이 공연이 한국 공연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한국 공연과 규모가 다른 만큼 연출과 무대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소극장에서 공연된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1000석 규모 대극장에 올랐다) 한국은 무대전환이 거의 없는 반면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매우 많은 무대전환과 효과가 쓰인다. 한국보다 배우와 오케스트라 악기 등이 조금씩 더 늘어났고, 한국 버전에는 암시만 되고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던 장면을 브로드웨이 버전에서는 추가하기도 했다. 반대로 축약되거나 생략된 대사와 넘버도 있다.”
-기억에 남는 관객 반응이 있나.
“뉴욕에서 먼 도시에 사는 어느 미국인 관객이 혼자 뉴욕으로 휴가를 오면서 열 개의 공연 티켓을 예매했다고 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다섯 번째 공연이었는데, 공연을 보는 내내 집에 있는 아내가 그립고, 함께 손을 잡고 이 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한다. 남은 공연표를 팔고, 비행기표를 바꾸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집에 돌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아내와 함께 뉴욕에 와 다시 이 공연을 함께 보기로 했다는 글을 읽었다. 제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이었다.”
-윌 애런슨 작곡가와의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이들은 ‘윌휴’로 불리는 유명 창작 콤비이다)
“한국에서는 윌을 ‘작곡가’로 호칭하지만, 윌은 지금껏 계속 저와 함께 극작을 해왔다. 음표든 활자든 구분하지 않고 저희는 지금껏 계속 쓰는 사람들이었다. 비록 제가 먼저 생각한 아이디어라고 해도, 함께 이야기를 짓고, 음악의 정서와 질감을 정하고, 매일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협업한다. 17년째 매우 가까운 친구 사이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나 정서에 비슷한 면이 많다. 작업의 지난함과 고통, 즐거움, 그리고 한 작품을 끝냈을 때 느껴지는 성장도 매 순간 함께해 오고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 <고스트 베이커리>와 같이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많은데 이유가 있나.
“작가로서 자신에게 가장 친숙한 세상과 정서를 이야기로 만들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이유였다. 뉴욕에 오니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훨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 테노레>의 1930년대, <고스트 베이커리>의 1970년대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는 친숙하면서도 묘하게 낯선 질감의 세상을 선보이고 싶었다. 해외 관객들에게는 낯설지만 묘하게 공감되는 세상을 선보이고 싶다 생각했다.
-<일 테노레>, <고스트 베이커리> 등의 미국 공연을 언급했다.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 모두 영어로 가사와 대본 수정 작업을 할 계획이고, 뉴욕 현지에서 제작자와 연출 등 좋은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복잡한 작업들이 남아있다. 몇 년 전 이야기를 완성해 놓은 단편 영화가 하나 있는데, 뉴욕을 배경으로 한 한국인 커플의 이야기이다. 공연에 더 몰두하느라 계속 미뤄뒀는데, 더 늦기 전에 이 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작가로서 가지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나. 어떤 창작자로 남고 싶은가.
“그저 어떠한 이야기를,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충동과 의지가 계속 되는 한 꾸준하고 진중하게 작업을 이어가는 창작자이고 싶다. 평생 서울과 뉴욕에서 보낸 시간이 거의 50:50에 가까워지고 있다. 두 문화와 언어를 오가는 창작자로서,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의미 있을 이야기들을 만들고 싶다.”
-한국의 젊은 창작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공연을 만드는 일은 평균적으로 5년 이상은 걸리는, 영화나 드라마 보다도 긴 시간 매달려야 하는 일이다. 반면 창작자에 대한 대우는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보잘것 없는 게 현실이다. 빠른 성공을 위해 뛰어들기에 좋은 직업은 아닌것 같다. 지금 흥행하는 공연들을 교과서처럼 따르기엔 한국 뮤지컬이 산업화한지가 그렇게 길지 않아, 충분한 교과서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창작진들이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진심으로 이야기와 음악을 써서, 제작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제작해야 버틸 수 있는 과정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30일부터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10주년 공연으로 다시 한국 관객과 만난다. 박 작가는 한국에서 지난해 개막한 신작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의 재공연도 준비할 계획이다.
-<어쩌면 해피엔딩> 한국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극장이 조금 더 큰 무대로 바뀌면서 시각적인 요소들에 필요한 변화가 있다. 10년의 여정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공연장에 맞춰 자연스럽게 다듬을 예정이다. 과거 함께 했던 배우분들이 이번 무대에 다시 오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도 가져보고 있다. 저와 윌뿐 아니라, 그간 이 작품의 여정을 함께해 주신 분들, 십 년 동안 공감해 주신 관객분들 모두에게 행복한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애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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